Vietnam,Laos,Thailand

LAOS,2025


LAO MOUNTAIN cafe 에서.


저번에 라오스에 왔을 때는 현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겪은 문제들,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통제할 수 없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며칠 전, 호치민 경유로 하루를 보냈을 때,

나는 오랜만에 진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꼈다.

억지로 감정을 끌어내려 한 것도 아닌데, 마음 깊은 곳에서 설렘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다시 라오스로 넘어와 하루하루를 보내며 느낀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순간이 선명하다.


숙소 앞을 나설 때마다 마주치는 나무들,

그 앞에서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

나는 살아 있구나라는 감각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동남아 특유의 습하고 진한 공기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얼마만에 다시 느껴보는 감정들인지 모르겠다.


그런 감정들이 결국 나를 구성하는 것이고,

그 감정들이 모여서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트라우마와 힘든 일들로 인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스스로 차단하며 살아왔던 나.


하지만 지금

나는 조금씩 나를 표현해가는 과정 속에 있다.

감정이 살아 있는 나로 다시 돌아오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

카페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이 하루가

그저 감사하고, 정말 행복하다.


익숙함

Fukuoka,2025


우리는 사랑할 때 어쩔 수 없이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와 방식을 재현하려고 해.

그게 ‘낯익음(familiarity)’이기 때문이야.


고집

Fukuoka,2025


나에게는, 쓰잘데기없는 고집이 있다.

이 고집 때문에 내게 찾아왔던 수많은 기회들이 스쳐 지나갔다. 때론 누군가의 손길을 뿌리쳤고, 때론 내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기도 했다.


분명 나를 지키기 위한 고집이었을 텐데, 돌아보면 그 고집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고집까지 내려놓으면… 그럼 나는 뭐지?”

Using Form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