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코펜하겐
March 5, 2025외롭긴 하지만 자꾸만 혼자가 편해진다.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물어오는게 이제는 좀 짜증난다. 미술관 가고 박물관 가고 좋아하는 노래 듣고 사진 찍고 찍은 사진을 보고 하는게 나한테는 정말로 재밌고 행복하다. 엄마의 감기와 함께한 여행.
외롭긴 하지만 자꾸만 혼자가 편해진다.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물어오는게 이제는 좀 짜증난다. 미술관 가고 박물관 가고 좋아하는 노래 듣고 사진 찍고 찍은 사진을 보고 하는게 나한테는 정말로 재밌고 행복하다. 엄마의 감기와 함께한 여행.
괜찮아.
Hamburg,2024
함부르크에 온 지 벌써 3주가 흘렀다. 첫 두 주는 마음이 몹시 요란했다. 한국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묵혀둔 고민들이 이곳에서는 더 큰 파도처럼 몰려왔다. 마치 혈당 스파이크처럼 감정은 위아래로 출렁였고, 불안과 우울은 한껏 고조됐다가 결국 잔잔해졌다. 그리고 3주 차, 드디어 여유라는 친구가 찾아왔다.
이 새로운 환경에서 깨달은 한 가지는 관계의 역설적인 속성이다. 외면하려고 할수록 점점 더 나를 조여오는 듯한 친밀감, 반대로 이해하고 수용할수록 건강한 거리감을 만들어 홀로 설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관계의 묘함을 느꼈다. 어쩌면 적당히 떨어져 있는 게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원망’이라는 알고리즘이 꼬리를 물고 돌고 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코드를 하나하나 해체해 함부르크 강에 던져버리고 싶다. 물결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원망은 내가 더 가볍게 걸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이해하는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은 기분이다. 함부르크의 바람 속에 마음도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혼란도,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시간의 한 조각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