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코펜하겐


외롭긴 하지만 자꾸만 혼자가 편해진다.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물어오는게 이제는 좀 짜증난다. 미술관 가고 박물관 가고 좋아하는 노래 듣고 사진 찍고 찍은 사진을 보고 하는게 나한테는 정말로 재밌고 행복하다. 엄마의 감기와 함께한 여행.



Hamburg

Hamburg,2024


함부르크에 온 지 벌써 3주가 흘렀다. 첫 두 주는 마음이 몹시 요란했다. 한국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묵혀둔 고민들이 이곳에서는 더 큰 파도처럼 몰려왔다. 마치 혈당 스파이크처럼 감정은 위아래로 출렁였고, 불안과 우울은 한껏 고조됐다가 결국 잔잔해졌다. 그리고 3주 차, 드디어 여유라는 친구가 찾아왔다.

이 새로운 환경에서 깨달은 한 가지는 관계의 역설적인 속성이다. 외면하려고 할수록 점점 더 나를 조여오는 듯한 친밀감, 반대로 이해하고 수용할수록 건강한 거리감을 만들어 홀로 설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관계의 묘함을 느꼈다. 어쩌면 적당히 떨어져 있는 게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원망’이라는 알고리즘이 꼬리를 물고 돌고 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코드를 하나하나 해체해 함부르크 강에 던져버리고 싶다. 물결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원망은 내가 더 가볍게 걸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이해하는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은 기분이다. 함부르크의 바람 속에 마음도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혼란도,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시간의 한 조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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