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Hallstatt,2023


무언가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느껴졌을 때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했다. 어느 순간 부터 SNS의 과도한 정보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알고리즘을 통한 정보들을 내보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 생각을 양떼처럼 한 방향으로 몰아가듯이 만들었고 정신 차려 보면 생각하지 않은 곳에 나는 서있었다.  그로부터 12일이 지났다. 상대적으로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으니 눈 앞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정보에 의한 생각이 아닌 스스로 하는 생각에 의한 정보들을 취합하고 결정하게 되니 기준도 생기고 중심도 생겨서 조금은 덜 흔들릴거 같다. 유럽에서 찍은 사진들이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했던 것들을 추억하고 생각하는 시간들도 많아지니 소중한 것들은 오히려 더욱더 소중해지기만 한다. 원석에서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처럼. 느리지만 단단히 다듬어지는 추억들과 생각들을 많이 쌓고 싶다.


루틴 -정보는 정보를 수용하는 사람의 집중력을 갉아먹는다. 따라서 정보의 홍수는 집중력 고갈을 초래한다.


Postive Thinking

Barcelona,2023


30대의 나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바뀐게 있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다. 20대 때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어서 비관적이고 비판적이고 부정적이고 했는지 되돌아보니 괜시리 주변사람들에게 미안해진다. 30대에 들어서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니 평소 느끼지 못한 편안함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그런데 그렇게 멘탈관리를 하다가 문득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아프리카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다 정면에서 맹수를 마주하고 이내 몸이 굳어버려서 어떠한 것도 하지 못하는 사슴마냥 내 얼굴도 굳어버린다. 


흔적

Hamburg,2023

설날 아침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깼다. 어제도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피곤했던 탓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날뻔 했는데 치코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평소 맡을 일이 전혀 없는 피냄새에 정신이 확 돌아오면서 다급하게 피를 닦고 치코의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심각해보여서 바로 병원을 알아봤다. 방광염때문에 몇번 혈뇨를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진하고 선명한 피를 본건 처음이었기에 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 패닉이 왔다. 병원에 가서도 계속해서 혈뇨를 여기저기 보면서 진료를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중국 출장을 자주 가게 되면서 파양한다는 글을 보고 내가 입양을 한다고 했다. 그 분은 대구에서 직접 서울로 데려다 준다며 몇 시간을 달려왔고 도착했다는 말에 조수석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사료도 잘 먹고 접종은 3차 까지 했다고 여러 이야기를 듣고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치코와의 첫 만남은 차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치코를 데려왔던 이유는 이기적이게도 단순히 내 외로움때문에 데려왔다. 치코는 무책임한 나에게 책임감을 가르쳐줬다. 또한 언제나 반겨주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런 치코에게 나는 기다려란 말을 제일 많이 했다. 무한한 사랑은 때로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감사함을 잊게 한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되면 무관심하게 된다. 나도 분명 치코에게 그런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다시 느꼈고 생각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던 찰나 피를 봤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떠올랐고 감정을 억누르려 하는데도 갑자기 울컥한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싶다. 벌써 10일째인데 빨리 괜찮아져서 매일 나갈까? 란 말에 신나서 꼬리흔들며 다가오는 치코를 보고싶다. 치코에게 한 단어만 가르칠 수 있다면 아파 라는 말을 가르치고 싶다.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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